https://blog.naver.com/sy9777m/222711628933
한 학기도 이제 3주가 채 안남았다. Final presentation 기간은 다가오고, 이제는 만나기 힘든 친구들도 슬슬 생길 거라는 아쉬움도 있고, 앞으로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갈지, 한국에 돌아가서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한 학기 동안 얻은 lesson들에 대해 곱씹어보려고 한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한 학기였기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reflection 해보려고 한다.
Frontier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순간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학기 초 Challenge Lab 수업이었다. 2주차부터는 Stanford에서 나온 case study report를 읽고, 2 문단의 insightful reflection을 해오는 것이 숙제로 나왔다. 총 4개의 case study를 읽었으며, 내가 수강하는 Challenge Lab의 테마에 맞게 Future of work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Future of work가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정보혁명은 압도적으로 싸진 컴퓨터 스토리지 용량과 압도적으로 빨라진 컴퓨터 프로세싱 파워의 결과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모델을 만들어내거나, 불가능했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등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람들의 일하는 양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술이 세상을 이렇게나 바꾸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여기에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골자다.
읽었던 케이스 스터디는 아래와 같다.
- Algorithmic Decision-Making and Accountability
- Facial Recognition
- Autonomous Vehicles
- Private Platforms
case study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ai.stanford.edu/users/sahami/ethicscasestudies/
아무튼, 이런 리포트들을 수업 전에 쭉 읽고 와서, instructor의 강의를 들으면서 복습, 정리하고, 토론을 통해 조금 더 advanced된 생각을 하는 것이 수업의 주를 이뤘다.
일단 리포트를 읽는 것부터 굉장히 재밌는 내용들이 많았고(난이도 면에서 도전적인 부분들도 꽤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래를 엿보는 느낌이었다. (instructor들이 optional material들도 제공해주셨다.) 모든 case study가 경험한 적 없는 미래를 만들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으며, 결과적으로는 해당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conflict와 이와 관련된 policy making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기술이 시스템에 녹아들기 위해 기존의 이해관계자들, 잠재적인 피해자들부터 더 거시적으로는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가까지 건드리는 아주 민감하면서도 본질적이고, 답은 없는 edge를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누구도 모르고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해당 문제를, 그 솔루션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항상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었고, 본질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여러 멘토님들을 만나며 느낀 것이 있다. 본질을 쫓아야 'frontier'를 건드리고, 그걸 쫓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자신에게나 세상에게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처음엔 방향도 없고, 정보는 너무 많아서 noise를 제거하는 것부터 너무 힘들었지만, 여기저기 물어가며 어렴풋이 '아 이렇게 쫓다보면 frontier에 갈 수 있겠구나'하는 감을 잡았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다 instructor가 이런저런 리포트 내용을 보여주고, 요약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You are at the frontier!
이 말에 뭔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한 번도 본질을 건드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혼자 끙끙대며 여기저기 물어가며 어렵게 잡은 감을 여기서는 수업 중에 instructor가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frontier로 인도한 것이었다. '배우는 것 자체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구나'를 여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Challenge Lab을 듣는 학생들은 frontier의 문제를 찾는 방법부터 솔루션을 찾는 방법을 배운다. Big problem을 찾을 것을 강조하며, 어짜피 세상에 누구도 해결해 본 적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instructor들은 그저 학생들을 더 고민하고 더 리서치하게 만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런 것들을 배운다고 감을 잡고 오면, 나처럼 많이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Pay It Forward
마침내 김동신 대표님을 만났다! (물론 Zoom에서지만) 전에 취소된 수업을 다시 일정을 잡으셔서 세션을 진행해주셨다. 정말 알찬 시간이었다. 개인의 경험을 framework로 만들어서, 하나의 완결된 presentation으로 쭉 설명해주시고, 마지막에 Q&A도 정말 알찼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리를 하실까하는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두 개의 질문을 했다.
I've binge watched your Youtube videos, and read so many articles. You said the experience at the Silicon Valley changed a lot in your life and your company. If you were me at this time at the Silicon Valley, what would you do? What do you recommend me to do?
답변은 친절하고도 간단했는데, session에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comfort zone을 계속해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을거고, 정말 좋은 곳에 와있으니까, 많이 배우려고 하라는 말씀.
다음 질문은 이거였다.
When you don't know what you don't know, how do you overcome it?
김동신 대표님은 일단 이 질문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시고 답을 주셨는데, 미리 앞서간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하셨다. early stage startup이라면 scale up하고 있는 startup에게 scale up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처럼 미리 앞서간 사람들을 찾아서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모르는 걸 모르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김동신 대표님을 포함해서 UC Berkeley에서 진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guest speaker들을 만났다. Zoom을 통해서, 대면수업을 통해서, 심지어는 당일 세션을 guest speaker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은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중에서 들어본 적 있는 사람들을 정말 대단해서 살면서 만나기도 힘든 사람들에 속했다. Twitch 창업자이자 Y-Combinator CEO인 Michael Seibel, PayPal CEO인 Dan Schulman, PepsiCo의 전설적인 CEO Indra Nooyi 등 여러 행사를 통해서든, 수업을 통해서든 만나게 된 speaker들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실제 필드의 professional들을 보게 된 경험, 사적인 교류 하나하나도 정말 소중했다. Customer interview를 한다고 한창 바쁘게 콜드메일을 돌리던 때,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있니'하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신 sourcer분도 계셨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인 Lina Khan과 지근거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수업에 와서 Amazon 반독점에 관련된 behind scene 이야기를 풀기도 했다. Newton Lecture Series 수업에서 질문을 자주 해서 눈에 띄었는지, 200명 수업의 instructor가 메일로 수업 끝나고 guest speaker와 저녁자리를 할 생각이 있냐고 메일이 오기도 했다. 덕분에 Cal Grad이면서, entrepreneur, 현직 Venture Capital Partner인 guest speaker의 가족들과 단란한 저녁을 먹은 적도 있다. 콜드메일을 보내서 왕복 6시간 거리 산호세에 가서 한국인 창업자 분을 만나기도 했고, 아마존 오피스를 구경시켜준 아마존 Product Manager 형과의 인연도 있었다. 수업 끝나고 끈질기게 질문을 했더니 관련 article을 메일로 던져주신 교수님과의 대화도 생각나고, 학기 초에 추천서에 대해 '아직 우리가 잘 모르잖니'라며 시간을 좀 더 두고 이야기해보자던 교수님에게 추천서를 받기도 했다.
모든 guest speaker 수업이 막 엄청나고, 감동적이었고 그렇지는 않았다. 당연히 집중이 엄청 잘 된 순간도 있었고, 관심 없는 수업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산업, 다양한 경험을 기꺼이 학생들에게 나누고자 시간내서 오신 인생의 선배들이고, 그 분들의 이야기는 수업은 듣는 그 자체로 가치있었고, 생각할 거리를 항상 남겼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연에 기꺼이 열려있는 분들이 많아서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사람으로부터 배운 것이 많았던 나로서는, UC Berkeley의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이러한 선배들의 pay it forward가 너무도 감사하고, 이 곳의 학생들이 부러웠던 점 중 하나였다.
UC Berkeley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기회인줄도 모르는 순간들을 흘러가는 대로 두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인연들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이 있다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떠날 것이 분명한 나로서는 여기서 생긴 인연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무섭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진 않을까, 한 순간 그냥 좋았던 인연으로 남지는 않을까 등등. 네트워크가 굉장히 넓은 instructor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여기서 만든 관계들의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어보니, 몇 가지 포인트를 기억하고 그 사람이 생각날 때 연락하면 된다고 한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소개해주고, 관련 아티클을 읽다가 이게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던져주고, 아니면 그냥 안부인사라도 가끔 하라고. 앞으로는 내 노력에 달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